낼모레면 ‘아치설’입니다.
‘아치설’이 뭐냐고요?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설’은 한 때 ‘양력 설’(신정)에 그 자리를 뺏겼다가 지금은 다시 제 자리를 찾기는 했는데, 여전히 ‘구정’이니 하는 말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오’가 양력 5월 5일이 될 수 없고 ‘한가위’가 양력 9월 15일이 될 수 없듯이 ‘설’은 음력으로 1월 1일이 설이고 굳이 양력 1월 1일을 부르려면 ‘양력 설’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설’이나 ‘새해’하고 얽혀 있는 말들 가운데, ‘해밑’, ‘해끝’, ‘설 밑’, ‘세밑’, ‘설 아래’, ‘새해’ 같은 우리말을 버젓이 두고 한자말로 ‘연말연시’니 ‘신정’, ‘정초’, 그 밖에도 널리 쓰지는 않지만, 배운 척 ‘세모’(歲暮)나 ‘세수’(歲首), ‘세초’(歲初) 같은 말을 쓰기도 합니다.(‘새해’에 견줘 ‘지난 해’는 ‘묵은 해’라고 하기도…)
그런데 재밌는 것이, 엉터리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충남 고을[지역]에서는 ‘왜눔설’이라고도 한다고 해 놨습니다. 아마도 ‘왜놈설’을 그 곳 소리를 따르면서, 점잖은 척 하는 학자 냥반들이 체통없이 ‘놈’자를 들먹일 수 없어 소리값을 핑계 삼아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든 일제가 억지로 쓰게 한 ‘양력 설’을 ‘왜놈설’이라 비꼰 것이 참으로 시원합니다.^^
‘새해’라 하면  대개는 정월 보름 즈음까지를 일컫는 말로 이 때까지는 좀 먼 친척들을 찾아뵈어도 괜찮다고 보고 정월 대보름에 달맞이와 연날리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같은 걸 하면서 새해 소원을 비는 것으로 새해맞이를 끝맺게 됩니다.
아울러 정월 보름 뒤로는 연날리기 같은 걸 안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는 아마도 이 때부터는 녀름지이[농사] 준비를 해야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첫 얘기로 돌아가, ‘아치설’은 ‘작은 설’ 즉 설 앞 날 즉, 섣달 그믐날을 일컫는 말입니다.
흔히 이 말은 동요에서도 쓰듯이 ‘까치설’이라 하는데, 제가 여러분 눈길을 끌어보고자 ‘까치-’라는 말 뿌리일 것으로 어림되는 말로 써 보았습니다.(이 얘기를 두고는 ‘까치설’에서 ‘까치-’는 새이름이 아니라 ‘작다’는 뜻인 순우리말!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글에서도 썼다시피, 이 ‘아치-’하고 같은 뿌리로 ‘개비’를 뜻하는 ‘까치’도 같은 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이 ‘까치설’은 날짐승 ‘까치’를 일컬을 때하고는 다르게 소리내야 할 것입니다.(날짐승 ‘까치’는 낮게 시작해서 높여 끝내는 소리인데 견줘, ‘까치-’는 높게 시작했다가 낮춰 소리내야 옳을 것입니다.)
저는 이 두 말을 구분해 보려고 ‘까치설’을 원래 말인 ‘아치설’로 써 본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하루강아지’가 있습니다.(사이시옷은 따르지 않습니다.)
요새는 많이 알다시피, 이 말은 태어난 지 하루가 된 강아지가 아니라 한 살이 된 강아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짐승-주로 집짐승- 나이를 세는 말로 하릅, 두습(혹은 이듭), 세습(혹은 사릅), 나릅, 다습, 여습, 이롭, 여듭, 아습, 열릅(혹은 담불) 같이 부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흔히 쓰던 속담 뜻도 사뭇 새로워 지는데, 태어난 지 하루 된 강아지라면 뭘 알려고 해도 알 턱이 없는 것을 뜻하겠지만, 한살이 된 강아지라면 이젠 뭘 좀 알만도 한데도 세상 살이를 모르는, 덜 되 먹은 강아지를 이르는 말이 되니 우리가 흔히 아무 생각없이 쓰던 그 속담 뜻이 더욱 또렷해 집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그렇게 우리말 뿌리를 밝힌다면서 사람들 말글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국립국어원이, 왜 이런 말은 잘못된 말을 바로잡지 않는지 궁금합니다.(물론 저는, 국립국어원이 정말로 우리말을 제대로 살리고 우리말 뿌리를 제대로 밝히는 데는 별로 마음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 봅니다만…^^;)
옛날에는 ‘하릅’이라 하던 말이 요새는 ‘하루’로 바꿔 쓴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는 당연히 ‘하루-’라고 잘못 쓰는 말을 ‘하릅-’이라 바로 잡아야 옳을 것입니다.(그럼 태어난 지 하루된 강아지로 잘못 받아들이는 탈도 한꺼번에 고칠 수 있겠지요…)

‘까치설’이 날짐승이 쇠는 설로 헛갈린다면 ‘아치설‘을 살려쓰고, ‘하루강아지’가 태어난 지 하루된 강아지로 잘못 알고 있다면 ‘하릅강아지‘로 바루어 쓰면 더 또렷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말글을 바루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말글살이를 더 쉽고 편하고 또렷하게 하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설날을 맞아, 저는 올해가 우리에게 우리 얼이 더욱 살아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얼을 제대로 차리고 있는 겨레는 설령 나라를 잃어도 뭉쳐 다시 나라를 세울 것이지만, 얼을 잃은 겨레는 나라가 있어도 남 나라 종살이 밖에는 못 한다는 것을 사람무리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습니다.
부디 우리 스스로가 얼이 꽉 찬 겨레가 되기를…!

* 덧붙임 -
‘구정’이란 엉터리 이름이 시작된 것은 일본이 그들을 따라 양력 1월 1일을 ‘신정’(新正)이라 하고 설날, 음력 1월 1일을 ‘구식 설날’이라는 뜻으로 ‘구정’(舊正)이라 이름붙이면서 입니다. – 얽힌 글:설,일제 탄압…5공때야 ‘민속의 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