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끓는 3월 1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온 나라는 ‘3.1 만세운동’을 되새기는 물결로 들끓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상해임시정부’를 잇는 법통을 마다하는, 이른바 ‘보수주의’도 있습니다.(흔히 그렇게 부를 뿐, 알고 보면 결코 ‘보수주의’하고는 거리가 멉니다만…)
좋습니다. ‘광복’을 기리겠다는데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광복’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야지요…

그런데 왜 ‘광복’(독립)을 외칩니까?
그것은 상대가 ‘일본’이어서가 아닙니다. ‘일본이 미워서’가 아닙니다.
남 밑에서 종으로 살아서는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누구 밑이던지 간에 말입니다.
그것이 누구건 간에 제 종을 제대로 대우해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 종 노릇으로는 주인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 얼을 잃으면 영원히 제 본 모습을 잃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그 민족이 쓰는 말은 그 민족이 가진 얼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우리 얼을 지키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은 우리 얼을 제대로 담고 있습니까?

앞선 글에서 ‘기미독립(광복)선언서’를 보기로 들었습니다만, 요즘은 어떻습니까?
우선 당장 여러분 앞에 놓인 글이 적힌 것을 아무거나 들어서 한번 보십시오.
그 글에서 한자로 바꿀 수 있는 말은 한자로 바꾸고 영어로 바꿀 수 있는 말은 영어로 바꾸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말만 남겨 보십시오.
그 속에는 우리말이 얼마나 남아있을까요…

나라는 독립을 했다 치더라도 얼이 독립을 못 했다면 그 독립이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말이 처한 처지가 마치 옛날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바벨탑을 세우려다 당한 꼴과 비슷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란 것은, 같은 문화 공동체인 민족끼리 서로 뜻이 통하자고 같은 말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자말을 쓰시는 분은 그런 분들 대로, 영어를 쓰시는 분은 그런 분들 대로, 제각각 말을 쓰면 우리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슨 뜻이 있습니까?

저는 여러분이 쓰는 모든 말을 당장 우리말로 바꾸라고 하지 않습니다.

말글살이는 편해야 합니다.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말부터 바꿔 보십시오.

우리말만 가지고는 말글살이가 안 된다고 투정하기 전에 우리말을 살려 써 보십시오.
소리내기도 좋고 알아듣기도 쉬운 우리말들이 너무나 많지만, 쓰지 않으니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말, 우리글 사랑은 한글날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아닌 것만 분해 하지 말고 우리말을 살려 써 보십시오.
심지어 한글이 위대하다고 하시는 분 중에도 ‘한글은 위대하지만 우리 말만으로는 말글살이가 안 된다’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심지어 국어(‘나랏말’이라는 우리말이 버젓이 있습니다.)학자도 있고 아주 가끔 한글운동을 한다는 분 중에도 있습니다.(한글은 위대한데 우리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들온말을 한글로 적고는 우리말이라고 우깁니다.)

말은 알맹이요, 글은 그것을 감싸는 그릇입니다.
그릇이 좋지 않으면 그 속거리(내용물)를 제대로 담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물이 시원찮다면 그릇은 그저 장식품일 뿐입니다.
우리 글자, 한글만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말도 너무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우리말을 두고도 들온말을 쓰는 것은 마치, 제 부모에게는 막 대하면서 다른 어른들은 공경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숨쉬는 공기와 같은 우리말, 1년 365일이 한글날, 우리말을 기리는 날입니다.
‘3.1 독립선언일’을 맞아 ‘독립만세’만 외치지 말고 우리말도 ‘독립’을 외쳐야 할 때입니다.

자, 그럼 다시 우리말 살려쓰기를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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