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에 앞서 밝힐 것은, 먼저 쓴 ‘[565돐 한글날 잇단글 1]말 뿐인 외침, 속 빈 한글날을 앞두고’ 첫 머리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 드렸듯이, 여러분께서 주시는 좋은 말씀이 제 글을 더욱 살찌울 것입니다.^^

내일은 565돐 한글날입니다.

온 나라가 영어에 미쳐 돌다가도 이 맘때가 되면 귀 따갑게 듣게 되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넘쳐나는 외국어’, ‘엉터리 맞춤법, 띄어쓰기’, ‘젊은이들이 쓰는 외계어’…
그렇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것을 꼬집고 싶으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지레 가진 생각(선입견)을 버리고 한번 되돌아 봅시다.

과연 이런 현상들이 우리말을 죽이는 벼리(모르는 낱말은 사전 찾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엄연히 사전에도 올라 있는 말입니다. 모르는 영어는 사전 찾아보시잖습니까?^^;)일까요?

그러고 더 우스운 것은, 그런 얘길 하는 이들이, 딴 때는 그런 흐름을 퍼뜨리던 이들(주로 언론, 방송…)이란 것입니다.
시대 흐름이랍시고 열심히 그 흐름을 쫓다가 단 몇일 ‘반짝 나랏말 사랑 애국자’가 되는 것입니다.

말했듯이 잠시 선입견을 버리고 살펴 봅시다. 겉으로 보이는 겉모습[현상]만 열심히 핥지 말고 정말로 우리말을 죽이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첫째가, 우리가 쓰기만 하면 들온말이라도 바로 우리말로 쳐 주는 잘못된 ‘우리말’ 뜻매김[정의] 때문이라고 봅니다.

많이 아시겠지만 나랏말(국어) 안에는 ‘외래어’라는 다소 어중간한 뜻말이 있습니다.(이 뜻말이 흐리터분함은 국립국어원 연구원들조차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어떤 분 글에서는 ‘외래어’라는 뜻말이 다른 나라에는 없다고도 합니다.)
이 ‘외래어’라는 뜻말이, 들온말(외국말)도 우리가 어느 정도 쓰기만 하면 다 ‘외래어’라는 이름으로 우리말로 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로 들어온 말도 우리말로 고치려고 애를 쓸 까닭이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버젓이 우리말이 있음에도 들온말이 함께 우리말 노릇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을 저는, 한자를 받드는 국립국어원이 가지는 성격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에 걸맞는 우리말이 있건 없건 간에 한자를 모조리 우리말로 만들려다 보니 ‘우리가 쓰기만 하면 다 우리말’이라는 ‘외래어’라는 뜻말을 만들어 냈고 이것으로 그동안 써오던 한자말을 쉽게 우리말로 굳힐 수 있었다 봅니다.
그렇게 한자말을 살리려고 만든 잣대가, 이제는 다른 나라말들도 아무 거리낌없이 쓰고 그렇게 쓰는 말들은 다 우리말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보기를 들어, 우리에게는 ‘가게’라는 오래전부터 쓰던 우리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샵’(한글로 쓰니 좀 어렵지요? 영어로는 ‘shop’라고 합니다.)이라고 합니다.
‘저자’란 우리말이 있었는데, ‘시장’이라 하더니 요즘은 ‘몰’(mall)이라 합니다.
‘보람’이란 우리 말이 있었으나 ‘태그’라 하고, ‘우스개’를 ‘유머’라 합니다.
‘베돌이’, ‘겉돌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나 ‘국외자’, ‘역외자’라 쓰다가 이제는 아예 ‘아웃사이더’라 하고, ‘뜀박질’, ‘달음박질’을 ‘구보’라 하더니 이제는 ‘조깅’이라 합니다.
몇 가지만 더 들자면, 시원시원하다→쿨하다, 흠집→상처,기스→크랙,스크래치, 곁꾼→임시직노동자→아르바이트… 다른 보기들은 누리터(인터넷)를 찾아봐도 많고 몇몇이서 모은 ‘ 흔히 쓰는 들온말과 우리말을 견줘 모음‘을 봐 주셔도 좋겠습니다.(그 안에는 ‘들온 말투’도 몇 가지 있습니다.)
이것들도 이제는 ‘외래어’라는 이름으로 엄연히 ‘우리말’에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앞으로 어떤 말도 사람들 사이에 쓰이기만 하면 우리말이 될 것입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말 속에 스민 나쁜 말투가 과연 이런 줏대없는 원칙보다 더 나쁠까요?
많이 아시겠지만, 우리가 글을 쓰면서 띄어쓰기를 한 것은 많이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띄어쓰기를 하면 좀 더 편할 뿐이지 띄어쓰기가 없다고 말글살이를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맞춤법이 틀린다고 자주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듣는데, 우리말은 소리 글자여서 말뿌리를 찾아서 적지 않아도 말글살이가 그리 어렵지 않고 그에 보태서 아예 소리나는 대로 적자고 하시는 분들이 옛날부터 있었습니다.(이 얘기만 듣고 정신나간 소리라고 딱 잘라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옳은 논리가 있습니다. 다만 어떤 것이 더 나은가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말글살이를 어지럽힌다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흐름말(유행어).
한 때만 반짝 쓰이는 흐름말(유행어)는 대개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영구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 터울(세대) 중에 아직도 영구 흉내 내고 있거나 실제로 영구처럼 된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때 그 영구 말투와 몸짓을 가르치는 이는 더더욱 없습니다.
이런 말들은 대부분 한때만 쓰이다가 사라지고, 다만 그 중에 아주 드물게 살아남아서 뿌리를 내리는 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지금 우리가 쓰는 말들 중에는 혹 그런 말이 없을까요? 말이란 것은 그렇게 엉뚱하게 생겨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뜻밖에 생겨나는(말하자면 ‘우연성’) 일들이 없게 하고 지금처럼 틀 안에 가두는 것이 오히려 살아있는 말을 더 죽이는 것이라 봅니다.

이처럼 말이란 것은 살아 흘러야 하는데, 오히려 엉터리 잣대(원칙)을 만들어 놓고 말을 틀 안에 가두고 있으니 우리말글이 스스로 살아나갈 힘을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 덧글 하나. 우리 생각과 얼이 스며있는 ‘우리말’도 아끼고 기리자는 뜻으로 저는 ‘한말글날’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덧글 둘. 조선 때에는 냥반이,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가 우리말을 짓밟고 죽이려 했다면 지금은 국립국어원과 권력자들이 우리말을 죽이고 있습니다.

* * 이 글은 565돐 한글날을 맞아, ‘위키트리’에 실으려고 쓴 글입니다. 실린 데
* 위 그림은 http://typ9th.egloos.com/1733904 하고 http://blog.jinbo.net/rudnf/151 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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