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해끝이 되고 ‘예수 태어난 날’이 되었습니다.
이 맘때면 여기저기에 ‘메리 크리스마스’-게다가, 이 말은 주로 영어로 쓰지요…^^;-에 젊은이들은 각종 모임에, 깜짝잔치까지…

그런데 가만히 보면, 서양 것에 사죽을 못 쓰는 일본사람보다 우리가 더 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서양 것 좋아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알 수가 있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또 어떤 것들은 외곬스럽게 제 것을 지킵니다.
지금도 명절 때면 그 불편한 기모노를 차려입는 걸 마다 하지 않고-요즘 젊은이들은 좀 싫어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종교를 믿는 것도 아니면서 절에는 꼭꼭 가서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일본 시골에는 전통 집채가 많이 남아 있고요…
물론 더 파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많겠지만요…

그런데 우리 모습을 견줘 보자면,
옛날 그 많던 옛날 얘기들은 다 잃어버리고 학교에서는 서양 얘기들만 배웁니다.
그 많던 귀신 얘기들도 더 이상 전해지지 않고, 그리스, 로마 신화 얘기만 읽지요.(그리스, 로마 얘기에서는 ‘신’이라 하고 우리 옛 얘기에서는 ‘귀신’이라 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그 흔한 신들도 결국은 우리나라 뭇신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마고, 서왕모 신화는 물론이고 삼신할미조차도 뭇 잡신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서양 귀신과 우리 신을 다르게 보[차별]는 것도 사대주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얽힌 일이 많긴 해도, 불교가 들어와서는 불교 판, 유학이 들어와서는 유학 판, 그러다 서양 기독교가 들어오니 이제는 기독교 판-밤에 서울 밤풍경을 보시라…-입니다.
그 사이에, 역사가 더 오랜 우리 전통 무속은 ‘미신’-우리 사투리로는 ‘쇠삽’-이라면서 온갖 궂은 일을 당했지요.(뭐 따로 떨어져서 보자면 헛된 믿음이기는 매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말이지요…^^)
또, 때마다 쇠던 그 많던 우리 날들은 다 잊고 이제는 서양 날들을 쇠고 있지요.
(아마도 이제는 ‘쥐불놀이’를 아는 이도 많지 않겠지요…? 그나마 요즘도 가끔 하는 민속놀이로는, 윷놀이 쯤?)

그리고, 제가 요즘 눈길을 주고 있는 우리말,…
그 말이 다만 ‘우리’ 말이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우리 얼과 생각이 녹아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는데,
우리 말을 틀리는 것은 아주 가끔씩 창피한 일이고 우리말을 바르게 잘 쓰려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가끔 있는 이들도 대부분은 띄어쓰기, 맞춤법에 엉터리 표준말-즉 고을말인 사투리를 골라내는 것 같은-을 바루는 것에만 눈길을 줍니다.)
학생들도 엉터리 우리말을 해도 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그냥 귀여운 허물로 볼 뿐입니다.
그에 견줘, 한자를 틀리거나 영어를 틀리는 것은 값냥[수준]을 다시 보도록 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제는 무엇을 가지고 옛부터 이어져 오던 그 겨레라 하겠습니까.
피? 얼이룸[문화]? 말과 글?…
지금 우리가, 옛날 곰과 호랑이 신화를 믿던 그 겨레라고 무엇으로 밝힐 수 있을까요? 무엇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