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구분하다’를 우리말로 바꿔 쓰다 보니 재밌는 것이 있습니다.(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꾸다 보면 이런 일이 잦습니다.)
‘구분하다’를 낱말 뜻만 가지고 우리말로 바꾸면 ‘나누다’ 정도가 되겠는데, 이걸 말글에 쓰다 보면 ‘나누다’로는 모자란 데가 많습니다.
말글에서 뜻에 따라 쓸 때는 ‘나누다’, ‘나눠 쓰다’, ‘나눠 보다’ 같이 쓸 수 있는데 ‘나누다’라는 뜻에 나눠서 뭘 하는지에 따라 그 뒷말을 붙여야 오롯하고 알맞은 뜻이 된다 봅니다.

이것 말고도 비슷한 뜻이면서 조금만 다른 뜻을 가지는 말도 있습니다.
지나말글(한족 말글)에도 서로 비슷면서도 다른 뜻을 가지는 말글들이 있지만 이것은 그들에게나 걸맞은 것이고 우리는 한자를 그렇게 돋게 쓰지는 않습니다.
보기를 들어, 우리가 ‘-잡다’란 뜻으로 쓰는 한자말로는 파악, 장악 정도지만 우리말로는 얼른 떠오른 것만 해도 잡다, 붙잡다, 부여잡다에 말광[사전]을 찾아보면 ‘-잡다’란 말 가운데 기윽으로 시작하는 말만 골라도 가려잡다, 거머잡다, 걷어잡다, 걷잡다, 거머잡다, 겉잡다, 고르잡다, 골라잡다, 그러잡다, 껴잡다, 끄잡다 같이 조금씩 다른 뜻을 가진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드러내고자 하는 말뜻에 이렇게 여러가지 말을 골라쓰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자말-더 또렷하게는 지나말(한족말)-을 쓴다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한자는 생각하는 힘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글자입니다.(거기에서 비롯된 한자말은 더더욱 멀겠지요…)
그에 견줘 우리말은 우리 얼과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위 보기말에서도 보듯 앞에 붙는 말도 나름 뜻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다른 뜻을 가진 말을 그러모아 쓰면서 뜻을 얹는 것이,
우리말을 잘 모르는 딴겨레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우리말을 늘 쓰면서 사는 사람이라면 설령 처음 듣더라도 앞말과 뒤말을 알면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매우 쓸모있고 좋은 수라 봅니다.

한자말을 쓰기보다 우리말을 쓰는 것은, 그래서 생각하는 힘을 돋게 해 주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덧붙임. 이 밖에도 이름씨꼴인 한자말보다 풀이씨꼴인 우리말이 더 생각하는 힘을 크게 해 준다고 보고 생각을 거듭하고 있습니다만, 딱히 돋워 줄 거리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거리를 아시는 분은 도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