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겨레말 떠받들고 우리말 죽이는 국립국어원이 ‘사랑’, ‘연애’, ‘연인’ 같은 낱말 뜻풀이를 바꾼다고 합니다.
알맹이는, 그런 낱말 뜻에서 ‘남녀 사이’에 얽힌 뜻을 뺀다는 것인데, 저는 이것이 그동안 국립국어원이 보여온 짓을 잘 보여주는 일이라 봅니다.
국립국어원은 말글 연구는 물론이고 사전을 만들면서도 오롯이 뜻풀이만 돋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정치스러운 뜻을 보태어 말글을 저들 마음대로 옭아매곤 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엉터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투리에 마음 쓰지 않은 것이나 우리말을 낮게 보는 것이라 봅니다.
다른 글에서도 썼다시피, 우리가 흔히 쓰는 우리말 입말에는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풀이가 많은데, ‘속되다’는 크게 두 가지 뜻을 가집니다. 한 가지는 ‘흔하다’는 뜻이고 또 한 가지는 ‘낮잡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딴판인 두 뜻을 가진 낱말을 씀으로써 마치 우리말이 낮잡아 쓰는 말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하게 쓰는 두 낱말을 억지로 제각각으로 풀어 마치 법령을 내놓듯이 말글을 옭아매기도 합니다.(‘승강이’와 ‘실랑이’를 두고는 ‘승강이’와 ‘실랑이’?‘승강이’와 ‘실랑이’를 두고 물은 것과 국립국어원이 준 답를 봐 주시고, 그 밖에도 ‘껍질’과 ‘껍데기’ 같이…)

뜻이 달라지는 낱말그리고 이번에 ‘연인’, ‘애인’ 같은 뜻풀이를 바꾼 것인데, 얼핏 보기에는 무척 바람직스러운 변화 같아 보입니다만, 이것은 그동안 국립국어원이 낱말 뜻풀이를 얼마나 제멋대로 해 왔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일이라 봅니다.
저로써는 사회 약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는 것이 옳다는 쪽이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사전에는 말뜻을 어떤 뜻으로 써야 올바른 것인가를 적는 것이 아니라, 지금 뭇사람들이 어떤 뜻으로 그 말을 쓰는가를 적어야 합니다.
비록 ‘연인’이나 ‘연애’가 남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실제 뭇사람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남녀 사이 일로 생각하며 씁니다.
이것은 마치 ‘칼부림’이란 낱말이 뜻이 무서우니 ‘칼춤 추는 일’로 쓰자고 그리 풀이하는 것과 같고, ‘지하경제’를 앞으로는 ‘바닥경제’란 뜻으로, ‘불량식품’이 ‘장난질을 한 먹을거리’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과 같습니다.(한때 잠깐 쓰였던 ‘놈현스럽다’를 새로운 낱말사전에 냅다 올린 것을 보면, 어쩌면 정말로 이리 바꿀지도 모를 일입니다. ㅡ.ㅡ)

국립국어원이 이처럼 정치스러운 판단으로 제 멋대로 뜻풀이를 해 온 것은 한 두번이 아니고 광복 뒤 지금껏 우리말을 그렇게 제멋대로 주물럭 거렸습니다.
말글정책기관은, 말글에 정치스러운 제 생각을 넣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넣고 또 그리 연구해야 합니다.
말글에 정치스러움을 우격다짐해 구겨넣고 또 그것을 세상을 주물럭거리는 연장으로 쓰고 사람들에게 정치스러운 생각을 집어넣는 연장으로 쓰려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말글을 자유로워야 하며 얽매임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말[한말] 한마당/ 딴겨레말 떠받들고 우리말 죽이는 국립국어원/ 한말글 정책 한마당

* 덧붙임 1. 이 일과 얽혀 언론 글 가운데는 법률 낱말하고 견주는 것을 가끔 보는데, 법률 낱말은 사전 뜻풀이하고는 다르게 사회에 널리 퍼진 생각은 물론이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뜻으로 낱말 뜻매김을 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이것은 거진 사회를 따르지만 가끔은 사회를 앞질러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전 뜻풀이는 사회를 뒤따르는 일은 있어도 앞질러 가는 일은 없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낱말 뜻이 앞으로는 이렇게 쓰일 것이라거나 이렇게 쓰여야 한다거나 하는 법은 없습니다.

* 덧붙임 2. 이렇게 제 맘대로 정치스러운 생각을 넣어서 뜻풀이를 한다면, 어쩌면 앞으로는 ‘숭일부역’이나 ‘반역매국’이란 뜻풀이 뒤에 ‘하지만 정권을 잡으면 애국이 되기도 하는 일’이란 풀이가 덧붙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덧붙임 3. 이미 여러번 밝히지만(제 글에 딴죽 걸고 싶은 분들께…), 그리고 말 안 해도 당연한 거지만, 저와 다른 생각은 얼마든지 반깁니다.(제가 배울 기회라서 더욱 반깁니다.) 다만, 제발 글은 좀 꼼꼼히 읽고 딴죽 걸어주시면 마음을 다해 답하겠습니다.(아니면, 나도 캐무시~)

* 덧붙임 4. 진땀이 좀 나네요.^^;;
글을 또렷히 잘 읽어주십사 했는데도, 제 말뜻을 잘못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계시니, 아마 제가 글을 엉터리로 썼나 봅니다.(이건 좀 더 살펴서 나중에 고치기로 하고…)
그래서 고갱이를 다시 짧게 밝히겠습니다.
제가 동성애나 이런 것을 어찌 보는 것하고는 얽힘없이, 사전은 뭇사람들이 쓰는 말뜻을 밝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전은 결코 사회정의를 세우거나 사회를 계도하려는 뜻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법전은 그런 뜻이 조금이나마 있습니다만,…)
더 돋은 것은 아래에서 주거니받거니 한 댓글에서 밝히겠습니다.(미리 속시원하게 밝히자면, 저는 동성애나 이런 것을 받아들이는 쪽입니다만 이건 이 글하고 아무 얽힘이 없습니다. 보기를 들어 설령 제가 동성애를 좋지 않게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제 생각을 두고 뭐라 할 일이지, 이 글하고는 아무 얽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