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학예회 내건말입니다.
“감동(Feel)이 있고, 변화(Change)가 일고, 미래(Future)가 보이는 학예회” – 사진이 있지만 사진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좀 뭣해서 사진에 써 있는 그대로, 틀린 글자까지 똑같이 옮겨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초등학교에서 쓰는 말투가, 마치 기업에서나 쓸 법한 말투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봐도 여기저기 엉터리가 너무 많습니다.
첫째로, 우리말 철자부터 틀렸네요. 아마도 ‘있고’라고 써야 할 것을 ‘일고’라고 썼는데, 설마 저걸 아무도 못 보지는 않았을 테고, 늦게라도 봤으면 그 위에 종이를 붙여서라도 고쳐야 할텐데 그냥 ‘일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영어도 아니니 우리말 쯤이야 틀려도 괜찮다는 생각일까요? – 아래 ‘덧붙임’을 봐 주시압.
둘째로, 영어가 짧은 제가 보기에도 엉터리 영어, 이른바 콩글리쉬가 보입니다.
한자말인 ‘감동’은 영어로 ‘feel’이 아닙니다. 찾아보니 ‘감동’은 영어로 ‘move’와 ‘touch’를 주로 쓰나 봅니다.(하지만 이는 움직씨꼴이라 이름씨꼴로 쓰기는 좀 어려워 보입니다.)
영어로 ‘feel’은 제가 알기로 ‘느끼다’, ‘기분이 들다’ 같은 뜻으로 아는데 찾아보니 이름씨로도 ‘느낌’, ‘만져 봄’, ‘감촉’이란 뜻이 있습니다.
굳이 ‘feel’을 쓰자면 ‘feeling’이 그나마 좀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하지만 저는 영어를 이론으로만 배운 사람이라 실제로는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 아시는 분은 도움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현장마저도 이렇듯 얼토당토 않은 영어를 줏어섬기고 우리말글은 하찮게 여기니 다른 데서는 보지 않아도 뻔할 것이며, 이런 환경에서 자랄 우리 아이들 미래는 서양 것을 더 돋게 보게 될 것이 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일을 누가,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참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우리말[한말] 한마당/ 쉬운 한말글 쓰기/ 우리말 살려 쓰기/ 사대주의 깨고 겨레얼 되찾기 모둠

* 덧붙임: 이 글을 보고 어떤 분께서, ‘일어난다’는 뜻으로 ‘일고’라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뜻을 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고, 만약 그렇다면 그나마 저 글월 가운데서 그 곳이 가장 괜찮은 데가 될 것 같습니다.(초등학교 학예회에 감동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이며-어쩌면 자그마한 기쁨이 있겠지요…- 학예회에서 무슨 앞날이 크게 보이겠습니까! 하지만 학예회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변화는 일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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