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자를 떠받드는 이들이 말을 살려쓰는 힘[어휘력덧붙임]을 키우려면 한자를 배워야 한다며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려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엉터리 같은 논리가 사람들에게도 먹혀들어 그 생각에 함께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하고요…
한자를 가르쳐야 말을 살려쓰는 힘이 늘어난다는 게 사실일까요?

보기를 들어 얼마 앞서, ‘6.25는 남침인가, 북침인가?’하는 물음에 고등학생들이 거진 ‘북침’이라 답한 것을 두고 어떤 무식한 년 말대로 역사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서가 아니라 ‘북침’이란 낱말이 ‘북이 쳐내려왔다’는 뜻으로 알고는 그리 답했다고 합니다.

omynews_0628_articlepic
그럼 ‘북침’이 ‘북이 쳐내려 온’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북으로 쳐들어갔다’는 뜻을 안다고 말을 살려쓰는 힘이 느는 것입니까?
단지 ‘한자’와 ‘한자말’만 두고 보면 그것도 말을 살려쓰는 힘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크게 보자면 그것은 말의 뜻을 제대로 아는 것일 뿐, 말을 살려쓰는 힘은 아닙니다!

‘말을 살려쓰는 힘’이라고 한다면 보기를 들어, ‘어서’, ‘빨리’, ‘일찍’, ‘서둘러’ 같은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을 그 뜻에 따라 제대로 살려쓰는 것이야말로 진짜 ‘말을 살려쓰는 힘’일 것입니다.
나라말글[국어]을 가르지는 과목에서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이런 표현들이 우리말에는 무척 많습니다.
하다못해 요즘 흔히 엉터리로 쓰는 ‘다르다’나 ‘틀리다’, ‘너무’와 ‘많이’ 같은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사실 ‘틀리다’를 두고는 저는 따로 하고픈 말도 있으나 지금 여기서 말하는 주제는 아니므로 다른 데서 말하고자 합니다.)
이렇듯 가르쳐야 할 우리말, 가르쳐 두면 말을 살려쓰는 힘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는 것들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서 겨우 ‘한자’를 가르치고 한자말 뜻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것을 ‘말을 살려쓰는 힘'[어휘력]이라 하다니요!
그리고 이 땅에 우리말글을 연구하는 이가 몇이며 나라말글을 가르치는 선생이 몇이건대 그런 것도 제대로 바로잡지 않고, 또 그런 얘기도 하지 않는 건지요!(혹 말을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모르고 있는 건 아닙니까?)

무엇이나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엉터리로 하는 것은 종종 안 하니만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한자를 가르치는 일,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입니까? 그렇습니까??

딱 잘라 말하건대, 한자는 두고두고 우리말글을 좀 먹을 것이며 우리 얼을 갉아먹을 것입니다.

* 덧붙임. ‘말을 살려쓰는 힘’이란 말이 너무 길어 굳이 줄이고자 한다면 ‘말을 쓰는 힘’이란 뜻으로 ‘말쓸힘’같이 줄여야 합니다. 말마디[어절] 앞을 따서 말을 만드는 것은 (영어에서는 로마글자 특성에 따라 흔히 쓰는 바이지만)우리말을 죽이는 아주 나쁜 버릇이라 봅니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