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가락’, ‘소리가락‘-한자말로는 ‘억양’ 혹은 흔히 말하는 중국말에서 ‘성조’- 얘기를 하다 보니 떠 올라서 하나 더…

한족말[지나말;중국말]에서 ‘소리가락’은 글자 하나에서 이루어지는 데에 견줘 우리말에서 (말)가락은 낱말에 걸쳐서 나타납니다.
보기를 들어 ‘가지’라고 했을 때, 약간 높게 소리내면 나무의 겉 줄기를 말하는 것이고, 낮다가 높여 말하면 풀 한 갈래를 말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이런 말을 ‘글자와 소리가 같은, 뜻 다른 말'[동형동음이의어]라고 하지요.(하지만 결코 소리가 같지 않습니다!)
그와는 좀 다르게 ‘글자는 다르고 소리가 같은, 뜻 다른 말'[이형동음이의어]도 있는데, 이런 보기는 ‘너머’와 ‘넘어’ 같은 말을 들고 있습니다.(이것도 결코 소리가 같지 않습니다! 흔히 같다고 가르치는 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너머’는 소리 그대로 ‘너머’가 맞지만, ‘넘어’는 얼핏 ‘너머’와 비슷하게 소리나지만 입술이 좀 더 서둘러 닫힌다는 점에서 서로 다릅니다.
우리가 ‘의’를 소리낼 때 어떤 이는 ‘으’나 ‘이’라고 소리낸다고 해서 ‘의’를 없애고 ‘으’나 ‘이’로 모을 수 없는 것과 같고, 사람들이 ‘애’와 ‘에’를 잘 나눠 쓰지 못한다 해서 하나로 합쳐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사람들이 가끔 잘못 써서 그렇지 엄연히 ‘ㅐ’ 소리값과 ‘ㅔ’ 소리값은 다릅니다. 물론 이것도 제대로 안 가르치지요… ‘f’하고 ‘p’는 틀리면 그렇게 뭐라 하면서…)
다른 보기로, 흔히 ‘닭’을 홀로 쓸 때는 ‘닥’이라 소리낸다고 하지만, 이 또한 틀린 말입니다.
비록 비슷하게 들릴 지라도 ‘닭’에는 분명 ㄹ(리을) 소리값이 살아 있습니다.(그리고 경상도 쪽에서는 리을과 기윽을 모두 소리 냅니다.)
그래야만, ‘홀로 쓸 때는 ‘닥’이라 소리내고 뒤에 ‘-이’가 붙으면 ‘달기’, 뒤에 ‘-만’이 붙으면 ‘당만’이 된다’고 하는 어거지 규칙을 외워 쓰는 것이 아니라, 뒤에 무엇이 붙던지 간에 규칙에 맞게 그냥 저절로 소리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보기로 밥을 준비하는 곳을 이르는 말이 ‘부엌’인지 ‘부억’인지는 뒤에 홀소리 말을 붙여보면 절로 또렷해 집니다.(보기를 들어 홀소리인 ‘-이’를 붙여 ‘부어키’로 소리나면 ‘부엌’이 되고, ”부어기’로 소리나면 ‘부억’이 옳을 것이 절로 또렷해 집니다. 찾아보니 엉터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부엌’을 ‘부억’이라 소리낸다고 해 놨는데, 정녕 우리가 기윽과 키읔조차 제대로 소리내지 못한단 말입니까? 받침 키읔은 받침 기윽보다도 혀 뿌리 쪽에 훨씬 더 힘을 주어 막는 소리입니다.)
쉽게 말해 이렇게 되면 굳이 규칙을 외우고 자시고 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들이 흔히 맞춤법이 틀리는 것도 말을 제대로 소리낼 줄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ㅐ’와 ‘ㅔ’를 나눠 말할 줄 모르기 때문에 늘상 헛갈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비슷한 보기로 ‘뱃놀이’가 흔히 ‘밴노리’처럼 소리나지만 절로 ‘밴노리’하고 비슷하게 소리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그렇다고 ‘밴노리’로 소리내라고 가르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이것을 두고는 나중에 한족말 소리값을 가지고 다시 한번 보기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것은 ‘규칙’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말’을 바로 깨쳐야 하는 것이고 그러면 저절로 바로 쓸 수도 있습니다.
글자는 그릇이요 말은 알맹이입니다.

우리말[한말] 한마당/ 우리말글[한말글] 모둠 – 우리말, 한말, 사투리, 글쓰기, 번역, 통역,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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