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운데 “빵은 길을 만들고 밥은 마을을 만든다”는 책이 있습니다.
서양은 길을 바탕으로 살아왔고 동양은 마을을 이루어 그걸 바탕으로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좀 좋지 않은 짓이기는 하지만 같은 터에 자리 잡은,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와 좀 못 사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길을 막고 서로 등지며 다른 길을 쓰며 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는, 서양은 선을 바탕으로 생각하고(선 중심 사고), 동양은 거죽[면]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중심 사고)고도 했습니다.

여튼, 제가 서양사람들 생각이나 문화를 깊이있게 알지 못하기에 서양과 견줘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요즘 새로 쓰고 있는 길이름주소가 우리에게는 어렵고 잘 맞지 않다는 것은 몸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나마 길이 잘 닦여있는 도시에 가서 그 길만 찾으면 그 다음에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집을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특히 시골 같은 데서는 그 길을 찾아가는 것부터가 무척 힘이 듭니다.(도시라도 길이 반듯하지 않는 곳은 거진 비슷합니다.)
우리는 마을 이름을 부르고 터 이름을 부르기에 ‘무슨 길’하면 그게 어딨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차라리 좀 헤매더라도 옛날처럼 ‘무슨 마을’하면 넓은 이름부터 좁은 이름으로 찾아가면 그 마을, 그 터 까지는 물어서 쉬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요즘처럼 길라잡이기기를 쓰면 어차피 이런 실랑이하고는 얽히지도 않습니다만,…)
물론 옛날같은 마을이름 주소 틀에서는 그 마을, 그 터까지 가서 그 번지를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만, 이것은 오래 되면서 번지 틀이 많이 어지러워진 탓으로 이런 문제는 길이름 주소에서도 나중에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 봅니다.

이렇듯, 서양 투를 빌려온 듯한 길이름 주소는 우리 생각틀, 우리 문화, 우리 얼과는 좀 어울리지 않으며, 참말로 우리 얼을 지키면서 요즘에도 맞게 고치자면 우리 만의 주소 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왜 우리는 꼭 우리 것을 버려야만 ‘현대에 맞’거나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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