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리에는 그에 걸맞는 그릇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그릇은 다르게는 ‘감'(흔히 입말로는 ‘깜’이라고도…)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말쌤’ 사전에는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춤.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자격’이나 ‘조건’을 떠나서 즉 자격이나 조건은 갖추더라도 그 자리에 걸맞는 그릇인지는 좀 다른 얘기라고 봅니다.
흔히 선거 철이 되거나 정치적 한 대목에서는 어떤 데에 뛰어난 사람이 어떤 자리에 감으로 오르내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그 자리에 걸맞을까 싶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요리사업가인 어떤 분이 어느 당 대통령 후보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과 같은 상황인데, 사업가인 ‘도널드 트럼프’가 사업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수많은 입길에도 오르내릴 뿐만 아니라 여전히 지금도 대통령 자격이 되는지를 두고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 또한 얼마 앞서 어느 기업가 대통령을 두었는데 국토는 엉망으로 파헤치고 국고를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가족들까지 낀 뇌물, 비리 사건으로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에 이은 어느 옛 대통령은 그 아버지 후광으로 대통령까지 되었으나 나라 일을 일개 개인에게 맡겨 두었다가 큰 경을 치르고 나라도 혼란에 빠뜨린 일도 있습니다.

또 다른 보기를 들어, “삼국지”에서 뛰어난 영웅은 많지만 지도자로써 걸맞는 사람인지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조자룡이나 관우가 싸움을 잘 한다 해서 그 사람이 지도자로써 알맞은지 또는, 제갈공명이 지략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지도자로써 알맞은지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과 같습니다.
제공공명은 똑똑하고 지략도 뛰어나고 천문을 읽는 재주까지 있지만 그는 오히려 그래서 참모로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비는 비록 사람이 좀 무르고 정에 얽매이고 매섭게 자르지 못하지만 사람들을 아우르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 있어 오히려 지도자로써 알맞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잘 나고 아무리 똑똑해도 그 그릇에 맞게 쓰여야 합니다.
그것은 비단 그 그릇이 크냐 작냐를 떠나서 담는 내용물에 알맞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음식인 찌개는 뜨겁게 끓여놓고 되도록 식는 걸 늦추면서 먹기에 온갖 그릇이 많이 생긴 지금도 여전히 뚝배기 같은 것에 담아 끓여 먹습니다.
사람 자체나 그 사람의 단순 업적이 아니라 그 사람의 그릇, 그 사람의 자질에 따라 써야 합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쓸 때, 뭐 하나 잘 했다고 다른 일에 덥썩 데려다 써서는 안 됩니다.
연장도 하물며 그렇게 써서는 안 되는데 사람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