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마 웃는 사람도 없겠지만, 옛날에 이런 우스개 있었습니다.

김영삼 씨가 군대에 가서 소대장이 되었다.
소대장이 소대원을 이끌고 나아가다 적군을 발견하고 외쳤다.
“마카 수구리”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소대원들은 반 쯤이 죽고 말았다.
‘마카 수구리란 전부 엎드리란 뜻’이라고 교육을 시키고 또 전진하던 중 적이 나타나 김영삼 소대장이 외쳤다.
“아까 맹쿠로”(아까처럼…)
그래서 남은 소대원마저 모조리 죽고 말았다는 얘기…

말과 글은 왜 씁니까?
그야 뜻을 전하려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보는 말 가운데는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말이나 글들이 많습니다.
그냥 요즘 간판이나 젊은이들 말투나 이런 걸 먼저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그 전부터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져 왔습니다.
범죄자들이 은어를 쓰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그들이 하는 말을 남들이 못 알아 듣게 하고 또 하나는 그런 특이하고 저들만 아는 말글을 씀으로써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범죄자들 사이에서만 벌어집니까? 혹은 또래 문화를 중시하는 젊은 애들 사이에서만 벌어집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 배웠다는 사람들은 그들만 알아듣는 서양말이나 한자말을 써 왔고, 특정 계층이나 집단은 또 그들만 알아듣는 말과 글을 쓰며 우쭐해 해왔습니다.
심지어 아직도 법전이나 행정용어를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혹 여러분은 우리나라 법 가운데 ‘국어기본법’이 있다는 걸 아셨습니까? 아마 모르는 분들 많을 겁니다.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며 모두가 우리말을 편하게 쓰려는 목적으로 만든 ‘국어기본법’에서조차 말이 어렵습니다.
있어도 지키지 않는 법,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법, 법에 따라 일을 하고 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할 공무원들조차 신경쓰지 않는 천덕꾸러기 법…

아침에 alarm을 들으며 일어나서 moning coffee를 마시고 회사에 가면 meeting과 P.T(presentation)를 하고 buyer도 만납니다. 길 갈 때는 路肩으로 걸어야 하고 bonus는 월급에 算入되어 들어옵니다. cabinet 施鍵을 풀고 示方書를 꺼내고 他 기관과 MOU를 체결합니다. 틀린 건 改書하고 서류는 확실히 Confirm해야 책임을 免脫할 수 있습니다.
공공장소를 가 봐도 온통 영어, 영어… 옛날에는 한자말로 서민 기 죽이다가 요즘은 온통 영어로 기를 죽입니다.
하다못해 위험 안내, 경고판에도 영어로 써 놓습니다. 영어 못 하는 사람은 그냥 위험에 빠져도 할 수 없다는 듯이…
이것은 법을 어기는 일인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각한 직무유기입니다. 사람들을 위험에 내버려 두는 직무유기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말글만 쓰자는 건 아닙니다.
쉬운 말글을 써야 합니다.
한자말이나 들어온 말이 너무나 흔히 쓰이다 보면 가끔은 그런 말들이 쉬운 말일 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글[언어]은 권력이다!
그렇습니다. 말글에는 권력이 배어 있습니다.
옛날 양반들이 그렇게 죽자사자 훈민정음을 반대했던 것은 누구나 쉽게 말하고 쉽게 글로 표현을 하면 제 권력을 다 누릴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 덜어주고자 쉬운 글자인 훈민정음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도 합니다.

말글은 권력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쉬운 말글을 두고 굳이 어려운, 낯선 말글을 씁니까?
권력을 가진 이들은 그렇게라도 지킬 권력이라도 있지만, 여러분은 그렇게 해서 지킬 권력이라도 있습니까?
말글이 어려워지면 결국에게 그 해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의사에게 따져 물을 수도 없고, 무슨 뜻인지 몰라 억울해도 법 앞에서 그냥 당하게 됩니다. 또 그 뜻을 알려면 비싼 돈을 들여 사람을 써야 합니다. 공문서 하나 작성하자고 큰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쉬운 말글은 인권이다.”, “쉬운 말글은 민주주의다.”
말글이 쉬우면 누구나 제 뜻을 펼 것입니다.
억울한 사람도 적어질 것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소외되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또 어려운 말글을 쓰지 못하게 되면 거짓말을 하기도 어려워 집니다.

한글날에만 반짝 애국자가 되지 말고 한번 쯤은 깊이 생각해 봤으면 싶습니다.

쉬운 말글은 민주주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