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을 뜻하던 “너무”가 이제는 ‘아주 많이’라는 뜻으로 쓰인 건 꽤 되었습니다만,
우리가 흔히 잘못 쓰는 말 가운데 ‘빼도 박도 못 하다’라는 게 있습니다.
이 말은 본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요즘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뜻인 ‘옴짝달싹 못 하다’와 헛갈려 쓰는 일이 많은데, 예사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라 좀 배웠을 법한 방송에서 조차 그렇게 씁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는 ‘빼박캔트'(‘빼도 박도’의 앞 글자와 영어 can’t를 합친 말)라고 하는데 요즘은 방송에서도 이 말을 거리낌없이 쓰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앞선 어느 나라마름이 젊은이들이 쓰는 말을 따라 하면 다 젊어 보이는 줄 알고 ‘멘붕’이니 하는 젊은이들 입말을 따라한 뒤로 더한 것 같습니다.

여튼,
‘빼도 박도 못 하다’와 ‘옴짝달싹 못 하다’는 둘 다 난처한 상황이라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빼도 박도 못하다’는 이렇게 하려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하려 해도 안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고, ‘옴짝달싹 못 하다’는 어떻게 해 보기에는 힘이 딸리고 상황이 되지 못해 난처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마치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과 ‘시각’이 다르고, ‘서둘러’와 ‘일찍’, ‘빨리’, ‘급하게’ 같은 말이 다 다른 것과 같습니다.
우리 나랏말 교육이 그러하다 보니 예사 사람들이 그런 거야 또 그러려니 하는데, 말을 잘 가려 써야 할 방송, 언론이나 좀 배웠을 법한 사람들까지 너무 말본새 없이 말을 써 대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하다 못해 요즘은 기사들 마저 제목 낚시질에 마치 개인 블로그 글 같이, 감상문, 수필 같이 써 대는 글들이 흔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평소에 말은 (되도록)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쓸 때는 말보다는 조금 더 걸러서 쓰고, 게다가 그 글이 많은 사람 앞에 나갈 때는 더더욱 거르고 골라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도 편하게 말하는 것과 가려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사회가 권위가 없어지는 건 좋은 일이나 진중하고 신중함은 지켜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