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두고 흔히 듣는 잘못된 논리

<2012년 10월 19일 마지막 고침>

  • 한자(말)은 말 만드는 힘[조어력]이 뛰어나다?

한자 말 만드는 힘[조어력]과 우리말이 가지는 말 만드는 힘은 차원이 다릅니다.
한자는 그냥 갖다붙이지만 우리말은 바꿔가며 갖다붙여 말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말 중 많은 말이 이렇게 생겨난 것입니다. 휘묻다, 섣부르다, 짓누르다 처럼…
지금 말글살이가 한자말 중심으로 굳어지다 보니 우리말 말 만드는 힘이 제 값어치를 발휘하기 어려운 것 뿐이지 우리말을 살려쓰면서 우리말 만드는 힘을 키운다면 한자가 가지는 말 만드는 힘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70%가 한자말이다.

아닙니다. 우리가 글이 없던 시절 한자를 빌어썼고 한때 중국을 떠받들면서 양반들이 덩달아 중국글자인 한자를 떠받들다 보니 한자말이 많고, 또 우리가 쓰는 한자말 가운데는 소리를 글자로 적으려고 한자를 갖다붙인 말도 있습니다.(쉽게 말하면 ‘돌’이란 소리값을 적으려고 ‘乭’이라는, 중국에서도 쓰지 않는 한자를 만든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 중에서 살려싣지 못한 말이나 사투리 같은 말들은 표준말이 아니라는 까닭으로 사전에 실리지 못한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자말 중에는 우리 글자가 없던 시절(조선 이전) 억지로 갖다붙인 것도 있고(중국에서는 쓴 적이 없는 한자말도 있음), 일제가 갖다붙인 것도 있습니다.(이를 두고는, 오재도 선생과 얘기 나눈 글인 우리말 70%가 한자말? 일제가 왜곡한 거라네과 윤철상 옛 국민마름[국회의원]이 밝힌 글 학자 500명 8년 작업 ‘표준국어대사전’ 中·日서도 안쓰는 말 ‘부지기수’를, 그리고 ‘우리말 안에 70%가 한자’라는 주장이 조선총독부 사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글인 “우리말 70%가 한자” 주장은 조선총독부 사전에 뿌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중국에서 쓴 적이 없는 한자는 우리글자가 없던 시절 어쩔 수 없이 갖다붙였거나 일제 때 일본이 갖다붙인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옛 한자말은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것이며 우리말로 갈음해서 쓰면 크게 헛갈릴 일도 없고 여러모로 낫습니다.
결국 광복 이후에 경성제대를 중심으로 한 한자파들이 나랏말을 정리하면서 우리말이 업수이 여겨져 지금에 이른 것이지 결코 우리말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 우리말 만으로는 말글살이가 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우리말에 미처 없는 낱말 빼고는 우리말 만으로도 얼마든지 말글살이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엉뚱한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과연 우리말 만으로 말글살이를 해 보고 하시는 얘기인지 궁금합니다.(이는 마치 처음 자전거에 올랐다가 달려보지도 못하고 넘어져서는 자전거는 절대 못 배우는 물건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 한자말을 빼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낱말[어휘]이 아주 많이[현저히] 줄어든다.

우리 말 속에 한자말도 꽤 있기에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두 없애자는 것도 아니며 우리말을 살려 쓴다면 그동안 쓰던 들온말을 바꿔 쓸 수 있는 말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껏 쓰던 말버릇에서 벗어나서 우리말이 살기 시작하면 우리말이 가지는 말 만드는 힘이 강해져서 오히려 더 나은 말글살이를 할 수 있습니다.(‘우리말이 가지는 말 만드는 힘’을 두고 쓴 부분을 봐 주십시오.)

  • 한자말도 우리말이다.(심하면 ‘한자는 우리 글자다’)

먼저 ‘한자는 우리 글자’란 주장은, 어떤 분들은 한자를 동이겨레가 만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논리를 따르거나 마다할 뿌리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나 그럴 수는 있다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우리가 지금 훨씬 좋은 글자를 두고 한자를 써야 할 까닭은 되지 못합니다. 그렇게 치자면, 이두, 구결도 살려써야 맞고, 지금 편리한 경운기, 트랙터를 두고 옛날 우리 조상이 쓰던 따부(옛날 쟁기)도 써야 옳습니다.
다만, 한자가 정말 우리 겨레가 만든 것이 맞다면, 우리도 그것을 보존하려 힘은 써야겠지요.(하지만 이건, 한자가 우리 겨레가 만들었다는 역사 증거가 더 나와야 풀 수 있는 문제라 봅니다.)
그리고 ‘한자말도 우리말’이라는 데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마땅한 우리 글자가 없던 때-우리 글자가 정말 아예 없었는지를 두고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설로 굳어지지 못했으니 여기서는 넘어갑니다.- 오랫동안 한자를 빌어썼다고 그런 주장을 하나 그건 단지 빌어쓴 것일 뿐이고 지금은 엄연히 우리 글자가 있고 또 그것이 더 편리하고 좋기까지 합니다.(내가 종잣돈을 가졌는데도 비싼 이자 물면서 사채를 끌어다 쓰겠습니까?)
따라서 이런 주장은 그저 억지일 뿐이므로 더 이상 상대하지 않는다.

  • 한자는 시각성, 함축성이 뛰어나다.

한글이 한자보다 사람이 인식하기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습니다. 한글은 오히려 영어보다 알아보기가 더 쉽다고 합니다.
‘한글이 한자나 영어보다 적은 글자 면적으로 더 눈에 잘 들어온다는 연구결과 기사’ 보기 – [왜냐하면]한글 모양은 잘 디자인된 것인가?
아울러 가끔 한글 사이에 한자나 영어를 써 두었을 때 그것이 눈에 더 잘 띄는 것 같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한글 사이에 색다른 것이 있어 눈에 띄는 것이지 그것이 한자나 영어 글자가 보고 글자를 금방 가려낼 수 있는 것하고는 다르므로 그런 것은 헛갈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 한자를 뜻을 나타내고 전하기에 좋은 글자다.

가끔 이렇게 두루뭉실한 얘기를 듣게 되는데, 몇몇 분들은 그저 줏어들은 얘기를 하는 것일 때도 있고, 또 가끔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특히 ‘주역’ 같은 것에 밝으신 분들 얘기는 옳은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역’ 같은 것은 중국에서 한자를 바탕으로 커 왔기에 당연히 한자가 더 알맞은 것이며, 한자와 주역은 서로가 서로를 키워가며 키워주며 커 온 것입니다. 따라서 ‘주역’ 공부를 하시는 분은 한자를 아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봅니다.(이는 마치 옛 불교경전을 공부하는 이는 산스크리트말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저 또한 한자가 좋은 점이 있는 글자라 생각합니다.(결코 한자를 무턱대고 낮잡아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우리가 한자를 써야 하는 구실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리스말글이 좋은 점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리스 말글까지 배우지는 않는다는 것과 같은 줄기입니다.
이런 주장들은 대개 한자를 고갱이에 놓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한자 중심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두 가지를 견줄 때는 똑같이 놓고 견주어야 하는 것이 학문하는 자세입니다.

* 제가 보는, 잘못된 나랏말운동 몇 갈래

Advertisements

댓글 한 개 (+add yours?)

  1. 우리말을 두고 흔히 듣는 잘못된 논리 | 새내기 누리방
    2월 24, 2013 @ 20:12:34

칸 아래 '변경'을 누르면 얼숲, 재잘터로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