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뜻이 또렷하다는 엉터리 주장을 두고

댓글 한 개

‘한자가 뜻이 또렷하다’고 말하는 (내가 보기엔 아주 멍청한!)사람이 있다.
‪#한자‬는 뜻이 정해져 있어-쉬이 바뀌지 않아- 좋은 점이 있지만 그것 가지고 뜻이 또렷하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사람에게는 한자가 뜻이 더 또렷할 테고, 영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영어 글자가 더 뜻이 또렷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한자 뜻이 또렷한 것은 한자를 아는 사람에게나 걸맞는 얘기이고, 한자라고 해서 다 뜻이 또렷한 것도 아니다.
‘백미'(白眉)는 그에 얽힌 얘기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흰 눈썹’일 뿐이다.
‘백미'(白眉)와 ‘흰 눈썹’에서 대체 무엇을 가지고 어느 쪽이 더 또렷하다 하는가!
한자가 뜻이 또렷하다고 하는 것에는, 보기를 들어 ‘화룡점정’ 같이 긴 얘기를 짧게 글로 쓴 것 같은 것도 들기도 하는데, 이 역시도 그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면 오히려 더 뜻을 헤아릴 수가 없다.(오히려 한자가 가진 맛과 재미라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긴 얘기를 짧은 글 속에 집어넣는 것. 하지만 이것은 한자라는 글자가 가진 장점이 아니라, 한자가 가진 단점 때문에 생겨난 문화로 보는 것이 옳다 본다. 그런 점에서라면 오히려 조금 길기는 하지만 우리말이 오히려 더 뜻이 또렷하다고도 할 수 있다.)
정말로 한자가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는, 상형문자에서 비롯되었다거나 뜻글자이기에 가지는 장점으로 아주 긴 뜻을 글자 하나에 넣는 것인데, 보기를 들면 이런 것이 있다.
‘壺'[호]는 ‘항아리병’이란 뜻인데 그냥 항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가리가 좁고 배가 넓은 항아리병'(혹은 ‘밑 넓고 아가리 좁은 항아리병’)을 말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호리병’ 정도 되려나? 역시 그렇다 해도 세 글자보다는 한 글자가 짧기는 하다.
하지만 ‘호리병’이란 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서야 ‘호리병’이란 낱말을 안다고 해서 그 뜻을 알 수는 없는 것처럼, 한자 ‘壺’만 가지고는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은 매 마찬가지다.
여튼 그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랄 수 있겠으나 그렇게 치자면 내가 자주 보기로 드는 ‘뷁’이나 ‘즐’이 훨씬 뛰어난 말이 된다.
단 한자 가지고 그 긴 뜻과 느낌까지 담고 있으니!!!

‘한자가 뜻이 또렷하다’고 말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그런 보기를 좀 내게 알려줬으면 싶다.
그냥 어쩌다 있는 보기 하나가 아니라 뭉뚱그려 봤을 때(일반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보기를!

우리말[한말] 한마당

* 얼숲에 올린 글 보기

* 덧. 우리말(토박이말) 가운데 적잖은 말은, 우리말이 뜻글자(저는 이런 때에는 오히려 ‘느낌글자’가 더 뜻에 가깝다 봅니다.)이기에, 말에 느낌을 실기에 오히려 우리말이 더 뜻이 또렷한 것도 많습니다.
‘사뿐사뿐’은 정말로 가벼운 느낌이 나고 ‘뻐근’은 정말로 뻑적지근한 느낌이 납니다.
물론 이는 같은 문화를 누리는 같은 겨레이기에 더한 것은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뿐사뿐’에서 무거운 느낌을 받는 겨레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말글에 깃든 겉멋 – 줄인낱말을 마구 쓰는 것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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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인낱말[략자]는 흔히 긴 낱말을 편하게 쓰자고 하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지나쳐서 줄인낱말 만으로는 도저히 뜻을 알 수 없거나 어림하기 어려워서 굳이 풀어줘야만 할 때가 많다.
그런 줄인낱말은 흔히 많이 쓰는 낱말일 때는 꽤 구실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도리어 말글살이를 어지럽게도 한다.
특히 이런 것은 영어에서 심한데, 너무 줄인낱말을 많이 쓰다 보니 그 낱말 만으로는 뜻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나쁜 버릇을 우리는 따라 배우고 있으니…
그것도 제 잘난 척 하려고… 겉멋이 들어서…

오늘 기사에 이런 것이 있다. ‘코드 원, 그러니까 대통령 전용기의 이동 경로가…’
‘코드원’은 대통령전용기를 일컫는 끼리낱말이다. 즉 뭇사람들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말이다.
그런데, 굳이 잘 알아먹지도 못할 ‘코드원’이라 쓰고 그 뒤에 다시 ‘그러니까 대통령 전용기’라고 쓴 심보는 뭘까?(‘나 똑똑하다’ 이걸 말하고 싶은 거겠지?)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 가운데 ‘뷁’이나 ‘즐’이란 게 있다.
이런 말은 맞은편이 못 알아듣지만 그래서 기분 나쁘게 하려는 뜻이 크다.
굳이 알아듣게 쓰려면 그보다 심한 말은 많다.
이건 마치, ‘뷁, 그러니까 네 말 따위는 듣기 싫으니까 입 닥쳐라고…’, ‘즐, 그러니까 네 말은 듣기 싫고 좋은 시간 보내셔. 멍청한 놈아!’ 하는 것과 같다.
나중에 굳이 애써서 풀어줄 ‘코드원’이니 하는 건 대체 왜 쓴 걸까?

온 세상에 제 잘난 체 하는 허세 덩어리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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