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9월 스무엿새에 마지막으로 고침.

  • 흔히 이르는 ‘인형극'[꼭두놀음]을 두고 해 온 생각을 가지런히 해 볼까 합니다.(꽤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쭉 덧붙이고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이 ‘꼭두놀음’ 바닥이 한 걸음 뜀 뛰는 기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에 대한 어떠한 댓거리도 반깁니다. 고맙습니다.

# ‘인형’의 뜻매김을 두고

‘인형’(人形)은 글자 그대로 보자면 ‘사람 모양을 한 물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말이란 것이 본디 뜻 대로만 쓰는 것은 아니니 굳이 ‘사람’ 모양이 아니더라도 ‘인형’이라 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짐승 모양 장난감 같은 것도 ‘인형’이라고 부르고 있다.(이와 매우 비슷한 경우로, 우리말로 ‘고니’라는 새를 일본 한자말을 써서 ‘백조’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 한자 뜻하고는 다르게 검은 색도 있는 바, 이런 때에는 ‘흑백조’라는 아주 이상한 이름으로 부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예술 흐름에 따르자면 온갖 물체(오브제)를 쓰는 인형극[꼭두놀음;puppetry]도 있는데 그 물체[프랑스말: Objet]를 ‘인형’이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인형극'[꼭두놀음]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인형극’에 끼지 못하고, ‘인형극'[꼭두놀음]이라고 하기에는 흐릿한 영역이 ‘인형극'[꼭두놀음]에서 임자[주인] 행세를 하는 형편이 되는 것이라 본다.
아울러,

# ‘인형극’ 뜻매김과 이름을 두고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인형극'[꼭두놀음]은 옛 전통 우리 ‘꼭두각시놀음’과는 얽힘 없이 시작했다고 봐야 하지만, 사실 우리 전통 ‘인형극'[꼭두놀음]이 없었던 것도 아닌 바, 우리 전통 ‘인형극'[꼭두놀음] 뿌리를 찾고 이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인형극'[꼭두놀음]은 ‘ 꼭두를 사람이 사람이 손수 조종하여[놀면서] 연출하는 공연 형태’위키백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손수’+’조종하'[놀]지 않는 것은 ‘인형극'[꼭두놀음]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여기에 덧붙여, ‘꼭두’와 ‘대잡이'[꼭두 조종자]의 비중도 조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꼭두’ 비중이 훨씬 크다면 ‘인형극'[꼭두놀음]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꼭두’와 ‘대잡이’ 비중이 비슷해 지기 시작한다면 아무래도 ‘꼭두’가 ‘대잡이’에 쏠려 보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인형극'[꼭두놀음]을 갈음할 이름들을 살펴 보면,

  • 인형극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형’이란 뜻매김과 ‘인형’이라는 낱말에서 느껴지는 느낌-‘모양꼴'[형태]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과 요즘 예술공연 흐름까지 생각했을 때 흠이 많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뜻을 우리 전통에서 찾아 되살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흐름까지 감안했을 때 아래 이름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 꼭두각시놀음 : 옛날 남사당패가 놀던 놀음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전통 예술에서 지금의 인형극[puppetry]에 걸맞은 이름.
  • 꼭두놀음 : 사실 ‘꼭두각시놀음’과 같은 뜻지만, ‘꼭두’라는 낱말의 뜻을 돋게 하고 또 전통놀이인 ‘꼭두각시놀음’과도 구분하며 말 흐름새도 따져 붙인 이름.
  • 덜미 : ‘꼭두각시놀음’과 같은 뜻인데 남사당놀이에서 꼭두각시를 덜미를 잡고 놀았다는 데서 나온 말.
  • 허재비놀음, 허깨비놀음, 허수아비놀음 : ‘꼭두’ 또는 ‘꼭두각시’라는 것 또한 ‘인형’과 별다를 게 없다고 하는 이들의 주장과 더불어, 일정한 모양이 없는 오브제[프랑스말: Objet]까지도 생각해서 ‘허재비놀음’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아다시피 ‘허재비’는 스스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허수아비’를 이르기도 하고, 실체가 없는 것이란 뜻으로 ‘허깨비’와 비슷한 뜻으로도 쓴다.)

저는 가끔 쓰는 이들도 있는 ‘꼭두놀이'(‘꼭두놀음’이 좀 더 알맞은 이름이라 봅니다.)이나 ‘허재비놀음’에 새로운 뜻까지 담아 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인형극'[꼭두놀음]의 테두리

한국에서는 이른 바 ‘인형’이라고 부를 만한 것으로 하는 공연을 모두 ‘인형극’으로 부르기도 하는 현실이다.(이마저도 주체가 어느 쪽에 붙고 싶으냐에 따라 인형극으로 붙었다가 아닌 것으로 우겼다가 하는 실정이라고 본다.)
이는 공연예술 가운데서도 ‘인형극'[꼭두놀음]이라고 부르는 영역을 깊이있게 연구하고 서로 공유하는 일이 적다 보니 그냥 적당히 아무렇게나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인형극'[꼭두놀음]의 테두리를 또렷히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처럼 ‘인형극'[꼭두놀음] 이름을 또렷히 매기고 나서

꼼꼼하게 봐서 ‘인형극'[꼭두놀음]을 뜻 매김해 보자면,(좁은 뜻의 ‘인형극'[꼭두놀음])

흔히 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오토마타는 사람이 직접 조종되는 것이 아니므로 인형극[꼭두놀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인형탈을 쓰고 연희를 하는 경우 이것을 인형극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탈인형극, 탈연극, 탈극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탈극의 경우에는 탈을 쓴 배우나 탈인형이 극을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조종자가 조종한다기보다는 사람(배우)의 움직임을 표면적으로 보여줄 뿐이라는 점에서 인형극이라 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단, 퍼레이드나 극에서 대형 인형 속에 사람이 들어가서 조종하는 경우에는 사람이 직접 조종을 통하여 표현해 내므로 인형극으로 본다.

입체적인 혹은 평면적인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구연(口演) 등을 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인형이 연희에 참가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스토리 전개에 이용만 되기 때문에 인형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비슷하지만 팔, 다리나 입을 조종하여

인형을 단순히 연희의 한 소품으로 쓰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인형연극’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인형 연극의 경우에는 인형이 연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하나 배우이자 조종자인 사람이 주이고 인형은 표면적인 역할만 하기 때문에 인형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예술 테두리를 칼로 자르듯 자를 수는 없는 일이라 위와 비슷하더라도 얼마나 조종하는 부분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넓게 봐서 ‘인형극'[꼭두놀음]으로 보아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 꼭두놀음 공연을 두고

대잡이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가끔 일부러 대잡이를 드러내거나 혹은 대잡이가 또다른 공연 주체로 참가하는 수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대잡이는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대잡이를 검은 막을 덮어 쓰거나 하는 일도 있으나 이도 괜찮은 수이기는 하나 특히 대잡이가 배우로써 바탕이 되어 있다면 굳이 몸을 가리지 않더라도 보는 이의 눈길이 꼭두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그런 점에서 ‘Duda Paiva’ 공연은 무척 좋은 본보기라고 본다.) (옛날에는 제 분야만 제대로 하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대잡이도 배우로써의 바탕을 다진 다음에 다른 구실을 맡는 것이 큰 흐름이며 바람직한 일이라 본다. 심지어 말로써 웃기는 우스개꾼[코메디언]들도 배우로써 바탕을 다진 배우들은 다를 수 밖에 없더라…)따라서 ‘대잡이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대잡이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잡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꼭두의 비중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특히 연기를 했던 배우가 대잡이로 나서는 경우에, 꼭두를 누르고 대잡이에게서 기가 느껴져서 꼭두놀음이 아니라 공연에 꼭두가 소품이 되는 버리는 꼴인 일이 흔히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꼭두놀음 바닥이 이런 것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두 대잡이들부터 연기 공부를 하셔야…^^;;)

꼭두놀음의 고갱이는 ‘보람'[상징]이다.

모양꼴에 집착하게 되는 ‘인형극’이라는 이름을 ‘꼭두놀음’처럼 바꾸자고 하는 것도 꼭두놀음의 고갱이를 살리려는 까닭도 있는데, ‘인형’이라는 모양꼴에 집착해서는 ‘꼭두놀음'[인형극]이 폭넓고 깊은 예술 갈래가 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것이 ‘오브제 꼭두’라고 보는데, 오브제 꼭두를 두고도 만든 이의 보람[상징]이 제대로 전달되고 또 보는 이도 거기서 끝없는 상상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는 바, 그렇지 못하고서는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사진 만이 예술’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고 본다.
거진 모든 예술 갈래가 그렇듯이 보람[상징]이 풍부한 예술…

# 그 밖에 꼭두놀음에서 흔히 보는 어설픔

꼭두를 흔들어서 움직인다고 꼭두놀음이 아니다.

특히 아마추어 꼭두놀음패[인형극단]에게서 자주 보는데, 그냥 대충 흔들어서 조종하면서 그것을 스스럼없이 ‘꼭두놀음'(인형극)이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꼭두놀음은 마치 아무나, 대충 하는 것처럼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 꼭두놀음 바닥이 서둘러야 할 일들

– 뜻 매김과 공유

– 자료를 정리해서 볼 수 있는 얼개 – 도서관이던지 누리집이던지, 데이터베이스던지…

– 꼭두놀음을 제대로 팔아 줄 수 있는, 조금 전문 지식을 가진 공연기획자와 꼭두놀음 공연을 이어주는 얼개

 * 고리낱말 : 인형극, 꼭두극, 어떻게, 하는 법, 만드는 법,